루츠
LU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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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증명證明
루카스 펜들턴
LUCAS PENDLETON
27세 | 188cm | 83kg | P.B | 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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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잔정
  • 4.고집
  • 8.불변
루카스 펜들턴
LUCAS PENDLETON
27세 | 188cm | 83kg | P.B | 오러
좀 웃자. 보고 싶었잖아.

칠 년 내내 넥타이를 맨 것이 버릇으로 자리잡았다. 칠 년이란 그 정도의 영향을 가지는 기간이라는 소리다. 흑색의 머리카락, 탁한 푸른 눈, 가라앉은 목소리까지 여전했으나 졸업식 날 보았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보다는… 그래, 처음 9와 ¾ 승강장에서 만났을 때의 모습과 사뭇 닮았다.
아이린, 아일린 칼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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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부정
아일린 칼란츠
AILEEN KALANZ
27세 | 165cm | 47kg | M.B | 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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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정
  • 밑 빠진 독
  • 꺾인 사고
아일린 칼란츠
AILEEN KALANZ
27세 | 165cm | 47kg | M.B | 무직
…추워.

시퍼렇게 휘날리는 머리칼, 날이 선 눈빛, 구부러진 눈썹. 바뀌지 않은 것들도 분명 존재하지만, 엉망이 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좀 있다. 졸업식 날 보았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눈앞에 서 있는 것은 먼지 쌓인 껍데기에 불과하다.
너, 루카스

ABOUT

평생 아이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적 있는가? 우리가 말하는 소위 추억이라 불리우는 행복했던 유년기에 머물러 있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대다수는 바랄 것이다. 루카스 펜들턴은 바랬었다. 몇 프레임 움직이는게 전부인 사진이 변하는게 두려워 머글세계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의 세상을 살아가고 싶어했다. 단단하게 고정시키지 않으면 홀연하게 사라질 것 같았다.

ABOUT

여자의 존재는 부정당했다! 삶의 동력원은 고갈되었으며, 굳게 믿고 잡았던 동아줄은 끊어졌다! 틀렸던 것은 자기 자신이었고, 그것을 자각한 순간부터 여자는 자신을 잃게 된다. 무수히 많은 반추와 후회는 자신을 좀먹고, 지탱할 힘을 잃은 뼈대는 스치는 바람에도 한없이 흔들린다. 영원할 줄 알았던 논리와 수많은 증명은 이제 흔적조차 없다. 남은 건 먼지 쌓인 껍데기 하나······.

단역의 감정

썩은 고목과 같던 그가 어떻게 인생을 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마찬가지로 상승선을 그릴 예정이었던 자신의 인생이 어쩌다 화려하게 추락했는지 또한 알 길이 없다. 술잔을 기울일 때만 해도, 여자는 남자가 자신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 생각했다. 불쌍한 사람끼리 돕고 사는 건 응당 있는 일이었고, 그게 설령 동정에 불과하다 해도 동지애로 적당히 포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오러라는 직책을 달고 나타났을 때 상황은 180도 뒤집혔다. 그것은 명백한 기만이었던 것이다. 펜들턴 가에서 남자의 성공을 축하하기 위한 샴페인이 펑 터졌을 때, 여자의 속 또한 펑 소리와 함께 터져버렸다. 비참하고, 허탈했고, 수치스러웠으며, 루카스 펜들턴이 증오스러웠다. 그때부터 여자는 쭉 생각해 왔다. 저 잘난 머리통을 한 번쯤은날려보고 싶다고.

집도 빌려준 선량한 친구에게 이렇게까지 가혹하게 굴 필요가 없다는 걸 여자는 잘 안다. 그러나 한순간에 곪아버린 속은 치료할 시기를 놓친 지 오래였다. 지금 마음을 고쳐먹어봤자 뭣하겠는가. 결국 상처를 치료하는 대신 방치를 택했다. 이제 그는 상대방이 추악해지기만을 바라며 사지를 휘두를 뿐이다. 미약한 죄책감을 상쇄해 주길 바라면서. 오롯이 상대에게 의존하면서. 걱정하는 듯한 헛소리는 그만두고, 어서 살기 위해 무엇이든 해주길 바라면서….

0-100

“사실 기대했어. 둘 중 하나가 먼저 끝장나기를… 말이야.”

사실 기대했어. 둘 중 하나가 먼저 끝장나지 않기를. 함께 할 수 있기를. 자립할 자신 없다고 말해주기를. 다시 혼자서 떠도는 것은 싫다고 말해주기를. 하지만 이건 나의 욕심이다. 그러니 강요하지 않는다. 쥐여준 날붙이에 체온과 유사한 온도가 깃 붙는다. 이제 기회는 넘어갔다. 선택은 언제나 네가 하는 것이었다. 집에 찾아온 것도, 집에서 나간 것도, 다시 찾아온 것도….

FILM DE DEUX

시야가 암전되거나 수많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지는 않는다. 레디, 액션 따위의 상용구도 생략하도록 한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소리, 마찬가지로 들리지 않는다.서로의 눈이 카메라와 영사기를 대신한다.

페이드인. 눈앞에는 익숙한 거리가 보인다. 그곳은 언제나처럼 붐비고, 사람으로 가득하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처럼 먹구름으로 가득하지만, 쉽게 비를 쏟아내지는 않는다. 평균적인 영국의 날씨다. 루카스와 아일린은 이 거리를 걷는다. 집에 처박혀 있는 아일린을 루카스가 기어코 데리고 나온 것이다. 아일린, 연신 짜증을 내지만 절대 걸음을 돌리거나 늦추지 않는다. 루카스, 마찬가지로 그런 점을 알고 있는 낌새를 보인다. 근사한 케이크 집이 있다는 루카스의 말에 아일린이 기겁한다. 그곳은 웨이팅이 쓸데없이 길어 가기 싫다나 뭐라나. 둘은 공원으로 이어지는 거리를 따라, 인파 사이로 사라진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며 페이드 아웃.

-

눈에 띌 만한 사건은 발생하지 않는다. 삶은 항상 역동적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기실, 영화 한 편에 삶을 담는 건 불가능하다. 평균적인 삶이란, 앞서 보여준 장면들과 궤를 같이한다: 무탈한 일상. 혹자는 굴곡진 인생을 폭풍과도 같다 표현할 수 있지만, 그런 폭풍도 눈에 선다면 바람 한 점 없는 밝은 햇살을 즐길 수 있다. 영국은 말썽꾸러기 아이 같은 기후를 가졌다. 볕 드는 날은 며칠 되지 않으며, 그마저도 금세 우중충한 구름에 가려져 축축하게 젖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심술은 다시 말해 언제든 볕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돌발적인 기후는 때때로 포장지를 두른 선물로 둔갑하기도 한다. 우리네 인생은 끝없는 선물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은 날씨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불규칙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선형적인 시간이 모여 만들어진 세상은 얼기설기 엉켜 있는 듯하면서도 아주 견고한 짜임새를 지닌다.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을 주기도, 받기도 한다. 시커먼 비구름이, 작열하는 태양이, 부딪쳐 커피를 쏟은 행인이, 그러나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이웃이, 돌아오라고 말하는 당신이, 다녀왔다고 말하는 내가.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이야기를 이어 나갈 원동력을 얻는다.

모든 우연은 멀리서 보았을 때 필연이 되며, 인류라는 거대한 공동체는 자신을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을 진화시켰다. 누군가가 이야기에 끝을 내고자 한다면,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라 그 끝을 이어 붙일 것이다. 혹은 그 끝을 조금 떼어내 자신의 삶에 붙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끝은 다시 하나의 시작이 된다. 이야기가 살아있는 한 우리는 계속된다. 우리는 형태를 달리할 수 있을지언정 소멸하지 않는다. 고로, 끝에 대한 두려움은 무의미하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영생을 산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의 육체를 초월한, 꽤나 아름다운 일이다.

-

페이드인, 아일린의 시야가 보인다.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넘긴 밤. 루카스는 자신의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다. 고요한 방 안을 문 너머로 아일린이 지켜본다.

"그러니까, 좀 이어 붙일게."
"잘 부탁해."

아일린이 걸음을 돌린다. 그는 오랜 시간 비어 있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루카스와 마찬가지로 이불을 덮고 잠에 든다. 아주 편안한 표정으로.

LIFE BOAT

아일린 칼란츠는 더 이상 배우가 아니다. 연출의 권한을 가진 아일린은 배역에 휘둘리지 않은 채 제 3자의 시선에서 관장한다. 선형적인 시간과 비선형적인 삶이 지금 이 자리의 아일린 칼란츠를 만들었다. 영화관을 벗어나 텅 빈 선로를 건너고 우거진 숲을 지나 사막에 우두커니 세워진 선로를 따라 회색의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둔 등대로 들어간다. 나선형의 계단을 올라 작은 방 안으로 들어가면 침대에서 잠든 루카스와 책상을 발견한다. 책상 위 종이에는 쓰다 만 플롯이 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연필로 나는 이 시나리오의 엔딩을 적어야한다.

삶은 한 편의 영화와도 같다. 구태여 장르를 말하자면 드라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영화 한 편이 삶이 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필요하다. 이 영화에는 반드시 엔딩이 필요하다.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들을 시도한다. 이야기가 살아있는 한 우리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므로, 두려움 없이…….

더 이상 암전되는 시야도, 귓가에 울리는 수 많은 목소리도 없다. 레디, 액션. 이 간단한 상용구마저도 생략하도록 하자. 형식적인 절차가 없으니 따라 오는 것도 없다. 카메라의 윙윙 거리는 소음 대신 침묵이 자리 잡는다. 대신 이 광경을 두 눈으로 기록하기로 한다. 서로의 눈이 카메라와 영사기를 대체한다.

이윽고 아일린 칼란츠가 연필을 잡는다

이제 그만 돌아와.

…다녀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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